북한이 1968년 1월 감행한 청와대 습격과 미국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은 당시 악화된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것임을 짐작케 하는 외교문서가 공개됐다.

미국 우드로윌슨센터 북한국제문서연구사업(NKIDP) 프로젝트팀이 24일 공개한 옛 공산권 국가 외교전문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된 당시 평양 주재 외교관들의 보고가 담겨있다.

N 포파 주 북한 루마니아 대사가 작성한 루마니아 외교부 외교 전문에는 북한이 푸에블로호를 나포한 후 북한을 보는 중국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다고 기록돼 있다. 포파 대사는 북한이 푸에블로호를 나포한 후 약 2개월 후인 3월16일 왕펑 주 북한 중국 대리대사와의 면담에서 이런 분위기를 감지했다고 적었다.

68년 1월23일 승무원 83명을 태우고 북한 해안에서 40㎞ 떨어진 동해 공해상에서 임무 중이던 미 해군소속 푸에블로호는 북한 초계정과 미그기의 위협을 받고 납북됐다. 전시가 아닌 평시상황에서 미 군함이 나포된 것은 150년만에 처음이었다. 이 때문에 제2의 한국전쟁 발발 우려도 나왔으나 11개월 후 승무원 전원이 무사히 풀려나면서 일단락됐다.

포파 대사는 전문에서 "(나포) 이전까지 북한의 노동당과 정부 지도자, 대내외 정책 등에 대해 거친 표현을 사용하던 왕펑 대사가 이날 면담에서 태도를 완전히 바꾼 점은 주목할 만했다"고 보고했다. 그는 "왕펑 대사가 북한의 강경 노선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자가 돼 있었다"고도 했다.

60년대 중ㆍ후반은 문화혁명이 한창이던 중국에 대해 북한이 독자노선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이며 두 나라 관계가 삐걱거리던 시기이다. 그러나 북한이 68년 1월21일 청와대를 습격하고 이틀 후 푸에블로호를 나포하는 등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군사적 모험주의를 감행하자 북한을 보는 중국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포파 대사는 왕펑 대사가 "미국이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뿐 아니라 한반도에까지 전선을 확장하려 하기 때문에 북한의 전쟁 대비태세를 환영한다"고 밝혔으며 특히 "한반도가 무한정 분단된 상태로 있을 수 없는 만큼 전쟁은 불가피하며, 북한에는 정당한 전쟁"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서에는 청와대 습격 직전 저우언라이(周恩來) 당시 중국 총리가 김일성 주석에게 양국 관계를 복원하자는 서한을 보냈다는 평양주재 공산국 외교단의 정보사항도 들어 있다.

포파 대사는 3월1일 주 북한 헝가리 대사관과의 면담 결과를 적은 전문에서 "서한에는 저우언라이 총리가 그 동안의 갈등을 뒤로하고 양국관계를 정상화하자는 제안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