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투신에도… 국철 스크린도어 설치는 '서행'
수도권 223곳 중 58곳뿐 올해 신설 계획도 4곳 그쳐
국토부 "예산 부족해 지연… 2018년까지 전 구간 설치"
스크린도어가 없는 수도권 지하철이나 전철 역에서 투신자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올해 신규 설치 계획은 미설치 역 165곳 중 4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스크린도어가 새로 마련된 13곳보다 대폭 줄어든 것으로, 지하철 선로 투신 사고의 심각성에 비해 철도당국의 설치 속도가 너무 더디다는 지적이다.

13일 국토해양부와 코레일 등에 따르면, 수도권 광역전철 구간 중 올해 스크린도어가 설치될 예정인 역사(驛舍)는 정부과천청사역(지하철 4호선 과천선)과 산본역(4호선 안산선), 주엽역(3호선 일산선), 정자역(분당선) 등 4곳이다. 예산은 총 100억원이 투입된다. 코레일이 철도 운영 및 역사 관리를, 국토부가 시설물 설치 책임을 맡고 있는 수도권광역전철 구간은 현재 223개 역 중 58개 역 승강장에만 스크린도어가 있어 설치율도 26%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달리 서울메트로(지하철 1~4호선 중 일부, 120개 역)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157개 역), 민자사업체인 서울시메트로9호선(25개 역)이 관리하는 전 역사에는 이미 2009년 스크린도어 설치가 모두 마무리됐다. 때문에 이후 지하철 투신자살 사고는 거의 대부분 코레일 관리구간, 다시 말해 스크린도어가 없는 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2011년 수도권 지역의 전철ㆍ지하철 투신자살 사고 29건 중 28건이, 지난해는 25건 중 24건이 코레일 관리구간에서 일어났다. 투신 사고를 방지하는 '스크린도어 효과'가 실제로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올해는 예년과 달리 신규 설치 규모 계획마저 줄었다. 2008년과 2009년 각각 1개 역에 스크린도어가 도입된 이후 2010년 35개, 2011년 8개, 지난해 13개 역이 스크린도어가 있는 승강장으로 꾸준히 변모했던 것과는 뚜렷하게 대비된다. 올해 4개 역이 설치된다 해도 전체 설치율은 26%에서 27.8%로 늘어날 뿐이다.

이러다 보니 환승역의 경우, 관리주체에 따라 스크린도어가 있는 노선과 없는 노선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6호선과 경의선)이나 창동역(4호선과 경원선), 도봉산역(7호선과 경원선) 등이 대표적이다. 경의선 풍산역에서 디지털미디어시티역까지 출퇴근을 하는 회사원 이모(35)씨는 "스크린도어가 없는 승강장에서는 누군가 등을 떠밀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이 항상 조금씩은 들기 마련"이라며 "디지털미디어시티역 6호선 구간에만 스크린도어를 설치한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철도당국은 스크린도어 확대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예산 확보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도권 전철 구간이 오래 전에 생긴 만큼, 선로보완이나 노후설비 교체 등에도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며 "한정된 예산을 쪼개 시급한 문제부터 해결하다 보니 스크린도어 설치가 다소 늦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1개 역당 스크린도어 설치 비용은 지하역사의 경우 50억원, 지상역사는 대략 20억원 정도가 소요된다. 국토부는 2018년까지 전 구간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