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테르효과 실증, 자살전염 막는 시스템 절실"
■ 보건사회연 보고서
"인터넷 자살 검색 증가 후 실제 자살률도 올라가"
"자살 위험신호 포착해 적극적 예방활동 벌여야"
고 탤런트 최진실씨의 전 남편이자 전직 프로야구 선수 출신의 조성민씨가 지난 6일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면서 모방 자살 위험 경고등이 켜졌다. 유명인의 자살 이후 일반인 자살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예방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빅 데이터를 활용한 자살요인 다변량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인터넷에서 자살 검색량이 증가하면 실제 자살률이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자살 검색량은 특정 시점에서 구글에서 실행된 총 검색수 대비 자살용어 검색 확률을 말한다.

이 보고서는 구글의 검색 통계인 '구글 트렌드'를 바탕으로 2004년~2010년 사이 발생한 유명인의 자살사건 전후 인터넷상'자살' 단어 검색률과 실제 자살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것으로 자살한 유명인과 자신을 동일시해 일반인들이 자살을 시도하는 베르테르효과를 실증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화배우 이은주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2005년 2월 자살 검색량은 106을 기록해 전달(32)에 비해 3배 넘게 치솟았다. 이씨 자살 이후 실제 자살자는 그 해 1월과 2월 각각 697명, 736명이던 것이 3월에 1,309명, 4월 1,250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008년 10월 2일 탤런트 최진실씨와 2010년 3월29일 동생 최진영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을 때도 동일한 경향을 보였다.

보고서를 작성한 송태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통계정보연구실장은 "유명인의 자살을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도 자살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원인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포털사이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존재하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자살 위험신호를 포착할 수 있는 만큼 자살 기도자를 위한 긴급복지서비스와 같은 제도적 장치를 통해 적극적인 자살예방 활동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살 예방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주변 사람들 또한 책임감을 가져 줄 것을 주문한다. 정택수 생명나눔 자살예방센터 상담팀장은 "자살은 전염성이 아주 강하다"며 "자살자의 80% 이상이 사전에 자살징후를 보이는 만큼 설마 자살하겠냐고 생각하기보단 먼저 112나 119로 알려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씨의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7일 조씨가 스스로 목을 매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 내렸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시신 부검 결과 '목맴사가 합당하다'는 부검의 의견이 나왔다"며 "정확한 사망시각은 2~3주 내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유족 측은 8일 오전 영결식을 가질 예정이다.

자살 고위험군 120만명… "음주ㆍ우울장애 차단해야"


서울=연합뉴스


경찰이 7일 고(故) 조성민씨가 자살한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리면서 자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2010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연간 자살자는 1만5천566명으로, 인구 10만명당 31.2명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자살은 암(28.2%), 뇌혈관질환(10.4%), 심장질환(9.2%)에 이어 국내 사망원인 4위(6.1%)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집계한 105개국 가운데 남성은 리투아니아, 러시아, 벨라루스, 스리랑카, 카자흐스탄, 헝가리, 라트비아에 이어 7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여성은 전체 1위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렇게 높은 자살률이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자살자보다 훨씬 많은 수의 자살 기도자 때문이다.

2011년 전국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전 국민의 3.2%가 평생 한 번 이상의 자살기도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적으로 자살 사망자의 약 7.5배가 지난 1년간 자살기도를 한 적이 있으며, 자살 사망자의 10.7배는 평생 1번 이상 자살기도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자살기도율 3.2%는 중국 1.0%, 일본 1.9% 보다 높은 것은 물론이고 아메리카·아프리카·뉴질랜드·유럽·중동·아시아를 포함한 17개국의 평균치(2.7%)도 상회하는 수준이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결론적으로 국내에는 자살사망자의 80배에 달하는 약 120만 명의 자살 시도력을 가진 자살 고위험군이 존재한다"고 추정했다.

이처럼 국내에서 자살자와 자살 기도자가 많은 이유로는 자살과 음주, 자살과 우울증의 상관관계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살자 절반은 음주 상태 = 영남대학교 심리학과 연구팀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국과수에 부검 의뢰된 자살자 426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음주와 자살의 상관성이 명확히 드러난다.

이 조사 결과 총 426명 중 남성 42.7%(94명), 여성 54.4%(112명)가 각각 혈중 알코올 농도 0.05% 이상의 음주상태에서 자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평균치는 48.4%로, 자살자의 절반가량이 음주상태였던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혈중 알코올 농도 0.05~0.15% 사이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자살자가 많지만, '안면이 창백해지고 피부 감각이 저하되며 주의력이 산만하고 판단력이 둔화하는' 혈중 알코올 농도 0.15~0.25% 사이에서는 여성 자살자가 28.2%(58명)로 14.5%(32명)인 남성의 2배에 달했다.

혈중 알코올 농도 0.25~0.35%에서도 여성 자살자가 8.7%(18명)로 남성 4.1%(9명)보다 많았다. 또 일반적으로 '호흡마비, 심장쇠약으로 치명적'이라는 혈중 알코올 농도 0.45 이상에는 여성만 2명(1.0%)이 자살한 것으로 분류됐다.

연령별로는 10대의 88.2%(15명), 70대 이상의 100%가 자살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 미만으로 나타났다. 이들 연령층은 타 연령층에 비해 음주 상황에 노출될 가능성이 낮고, 경제력이 없는 경우가 많으며, 사회적 교류가 활발하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하지만 故 조성민씨와 같은 40대의 경우 자살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 이상인 경우가 60.6%(60명)로 전체 연령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밖에 20대는 60%(48명), 50대는 54%(34명)가 각각 자살 당시 음주 상태였다.

특히 질식사의 경우 전체 자살자의 55.4%(107명)가 자살 당시 음주 상태로, 다른 자살방식이다 음주 비율이 높았다.

연구팀은 "자살 사건 현장에서 거론되고 있는 자살과 음주의 관련성은 70% 이상이며, 미국 자살예방협회에서는 60% 이상으로 언급한다"면서 "알코올이 이성적 인지 판단을 흐리게 하고, 충동성을 높인다는 선행 연구 결과로 볼 때 음주가 자살을 유발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보여주는 분석결과"라고 말했다.

◇자살생각 4명 중 1명은 우울장애 = 2011년 전국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일반 인구에서 주요우울장애의 평생유병률은 6.7%로, 15명 중 1명꼴에 해당된다. 이에 비해 심각한 자살생각을 한 적이 있는 경우에는 전체의 24.9%가 주요우울장애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자살기도를 한 적이 있는 경우에는 이보다 더 많은 전체의 35.8%가 주요우울장애를 경험한 적이 있었는데, 비교적 최근인 지난 1년간 자살기도를 한적이 있는 경우에는 40%가 주요우울장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주변에 우울증이나, 기분이 들뜨고 신나는 상태인 '조증'과 기분이 가라앉는 상태인 '우울증'이 교대로 나타나는 양극성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감정기복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고 권고한다.

주목해야 할 감정의 기복 증상은 ▲심한 무기력증에 빠진 경우 ▲기분이 우울하다가 기분이 좋아지는 증상을 반복하는 경우 ▲폭식을 하거나 아예 먹지않는 등 식사가 불규칙한 경우 ▲주변에 죽겠다거나 자살하겠다는 이야기를 무의식중에 흘리는 경우 등이다.

전홍진 교수는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우울증과 알코올 및 약물 중독의 예방 및 치료, 자살기도자에 대한 추적 관리를 통해서 자살률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이중에서도 국내에서는 요우울장애와 알코올 문제의 조기발견, 진단, 치료가 국내 자살률을 낮추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