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의 얼굴인 정이품송(正二品松·천연기념물 103호)이 강풍에 또 다시 큰 가지를 잃는 중상을 입었다.

28일 충북 보은군에 따르면 정이품송은 이날 오전 9시 30분쯤 태풍 '볼라벤'이 몰고 온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북서쪽으로 뻗은 지름 18㎝, 길이 4.5m크기의 가지가 부러졌다.

이 가지는 2년 전 강풍에 부러진 가지(지름 20㎝·길이 4m) 바로 옆에서 수형을 떠받치던 굵은 가지 중 하나다.

보은군 정유훈(40)학예연구사는"부러진 가지는 속이 심하게 썩어 있었다"며 "더 썩지않도록 환부를 도려낸 뒤 방부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큰 가지가 계속 부러지면서 정이품송은 고고한 자태를 잃어가고 있다. 속리산 입구에서수백년 풍상을 견뎌 온 정이품송은 1980년대 중부지방을 강타한 솔잎혹파리에 감염돼 수세가 급격히 나빠진 이후 강풍과 폭설에 속절없이 당하고 있다.

1993년 돌풍에 못이겨 북동쪽 아래쪽 가장 큰 가지(지름 30cm)를 잃은 데 이어 1998년에는 중간 크기 가지 2개가 바람에 찢겨 말라 죽었다. 2004년 폭설에 또 다시 3개의 가지를 잃은 거송은 2007년 강풍에 서쪽 큰 가지마저 부러지면서 특유의 좌우대칭 원형을 잃고 말았다.

문화재청과 보은군은 정이품송을 살리기 위해 온갖 정성을 쏟았다.

전문 나무병원을 '주치의'로 지정, 주기적으로 건강 상태를 살피고 있다. 상처 난 부위에는 빗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인공 수피를 씌우는 외과수술도 했다.

2008년에는 뿌리의 건강을 해치는 원인으로 지적된 밑동 주변 복토층에 공기가 통하도록 플라스틱 관을 묻어 뿌리 호흡을 도왔고, 배수로도 설치했다.

그러나 노쇠해진 정이품송의 병세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세월의 흐름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보은군 김인복 문화관광과장은 "보은의 명물인 정이품송이 좀처럼 기력을 되찾지 못해 안타깝다"며 "문화재청과 협의해 종합적인 건강진단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수령이 600년을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정이품송은 세조의 속리산 행차 때 어가(御駕)행렬이 무사히 통과하도록 가지를 스스로 들어 올려 정이품 벼슬을 받았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