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 이명박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본보 8일자 11면)을 내붙인 사람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 그림을 붙였다는 재미 작가는 "예술 활동의 일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9일 "공공물에 이런 그림을 붙여 놓은 것은 경범죄(광고물 무단첩부 등)에 해당하며, 풍자 내용이 모욕죄와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지도 논의할 것"이라며 "그림이 붙어 있던 종로2가 버스정류장과 묘동 공사장 인근 폐쇄회로(CC)TV 분석과 탐문을 통해 용의자를 검거하겠다"고 밝혔다.

종로서는 전날 오후 종로2가 버스전용중앙차로 버스정류장의 안내판과 종로구 묘동 한 공사장 가림벽에 붙어있던 가로 세로 30㎝X42㎝ 크기의 이 그림 3점을 회수했다. 그림에서 이 대통령은 나치 문양이 그려진 모자를 쓰고 삽이 그려진 넥타이를 착용했으며, 왼팔에는 알파벳 'G'가 적힌 완장을 차고 있는 모습으로 풍자됐다.

이 그림을 그려 붙였다는 재미 작가 이모(43)씨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 풍자 그림을 붙인 것은 예술가로서의 작업활동이며 유엔인권헌장 19조에 나와있는 표현의 자유를 정당하게 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대한민국의 현 시대를 도저히 볼 수 없어 지난 8일 오전 1~3시 종로와 광화문 일대에 이 그림 50여 점을 붙였다"며 "경찰이 나를 구속하든 말든 예술가는 당연히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3주일 전 귀국해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6일까지 홍대의 한 갤러리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주석 등 각국 지도자들을 풍자한 작품을 전시했는데 그 중 이 대통령을 풍자한 이 작품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그림이 담긴 한국일보 보도 사진을 접한 네티즌들은 "표현의 자유다" "공공시설물 낙서이므로 중죄로 다스려야 한다" "대자보 몰래 붙이는 5공 시절로 회귀한 것 같다"는 등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