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사이드] 빨간불 켜진 청소년 건강
입시 교육 탓 체육수업 유명무실…중·고교생 절반이 '약골'
상당수 학교 국·영·수만 집중 체육시간에도 대부분 자습시켜
서울지역 초등학교 운동장은 100m달리기도 못할만큼 작아
"운동=체력 단순 사고 벗어나야"

송주희기자 ssong@sed.co.kr
관련기사
# 중학교 2학년 지욱이는 요즘 3층에 있는 교실까지 걸어가는 것도 힘에 부친다. 가방이나 다른 짐을 지지 않고 계단을 올라도 가쁜 숨을 내쉰다. 비만체형도 아닌 지욱이는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고 하루에 하는 운동이 등하굣길과 학원 이동 때 걷는 게 전부이다 보니 다리도 붓고 걸을 때마다 발바닥도 아프다"고 말했다.

국내 청소년들의 체력에 빨간 불이 켜졌다. 생활습관의 변화 및 운동 부족 등으로 인해 비만 학생이 해마다 증가하고 학생들의 기초 체력도 부실한 것으로 저하되고 있다.

지난해 박보환 한나라당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2009년도 학생신체능력검사 급수별 통계'에 따르면 전국 16개 시도 중고교생 9만5,635명 중 체력 최저 등급(4ㆍ5등급)인 학생은 45%(4만3,068명)로 나타났다. 10명 중 5명 가까이가 '약골'인 셈이다.

서울시교육청의 2000~2009년 '서울교육통계연보'만 봐도 지난 9년간 학생들의 덩치는 커졌지만 체력은 오히려 떨어진 사실을 알 수 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초5, 중2, 고2 학생들의 신장과 몸무게는 각각 평균 2~3cm, 2~3kg 증가했지만 오래달리기나 50m 달리기, 제자리멀리뛰기 등의 체력에 있어서는 오히려 기록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오래달리기의 경우 남학생은 최대 40초, 여학생은 50초 가량 기록이 떨어졌다.

◇유명무실 체육수업, 몰아서 한다= 이 같은 저질 체력은 '운동부족' '학습량 부담' 등 교육환경이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입시에 민감한 중ㆍ고교로 갈수록 상당수 학교들이 주요 과목인 국ㆍ영ㆍ수에 집중하기 위해 체육 체육시간에 다른 수업을 진행하거나 아예 수업 시간을 줄이고 있다.

실제로 A고 2학년 송모양은 "2학년 중반이 지나면서 운동장 체육수업이 줄어들고 대신 체육시간에 교실에서 자습하는 일이 많아졌다"며 "아이들도 오히려 책 볼 시간이 많아진다며 좋아하는 편이다. 체육복이 자습복으로 바뀐 지 오래"라고 전했다.

여기에 올해부터 3년 6학기 동안 나눠 배워야 할 내용을 특정학기에 몰아서 편성하는 이른바 '집중 이수제'가 시행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민주당 안민석 의원실이 전국 고등학교 3,673곳의 체육수업 편성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올해 신입생에 대해 6학기(3년) 내내 체육수업을 실시하겠다고 한 학교는 전체의 32%에 불과했다. 5학기 동안만 체육수업을 하는 학교는 6.9%, 4학기만 하는 학교는 41.9%, 3학기만 체육수업을 하겠다는 학교는 7.4%였다. 특히 2학기 동안 체육수업을 몽땅 몰아서 하겠다는 학교도 9.9%로 조사됐다. 2011학년도 입학생 10명 중 1명은 고등학교 3년 동안 단 1년만 체육수업을 듣는 셈이다.

이에 대해 김택천 삼성고 교사는 "일주일 치 쉴 숨을 하루에 몰아 쉬라고 하면 사람이 살 수 있느냐"며 "학생 시절 당장 표가 나지 않더라도 부족한 체육 수업의 결과는 성인이 돼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교육과정을 말도 안되게 바꾸어 놓고 교과부나 교육청이 체육동아리 활성화, 체육 교육 활성화 등의 정책을 내놓는다고 효과가 생기겠느냐"고 반문했다.

박진식 전국체육교사모임 회장도 "이미 고등학생들의 체력이 40대 남성 체력도 안 된다는 통계 결과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입시 위주 교육을 위해 고1ㆍ2학년 때 체육 수업을 몰아 하는 경우 고3은 1년 동안은 교실에 앉아서 수업만 받게 된다. 단순히 체력 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사라진 운동장= 학생들의 체육시설 환경도 부실체력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서울 시내 초등학교 중 100m 달리기를 할 수 있는 곳은 전체 584개교 중 42개로 7.2%에 불과하다. 즉, 서울 소재 초등학교의 92.8%가 직선거리 100m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설립 당시 주변 아파트나 공원 조성으로 부지 확보에 실패한 일부 학교의 경우 운동장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이들 학교는 옥상이나 지하에 실내 소규모 실내 체육관을 만들어 체육 수업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일선 고교들이 교과학습 위주로 시설을 늘리면서 전국 일반고교의 1인당 체육장 면적 역시 30년 전(10.8㎡)보다 줄어든 10.5㎡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체육=운동'이라는 단순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상훈 연세대 체육교육학과 교수는 "체육 교육을 통해 단순히 체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고 그 속에서 인내심과 사회성을 함양할 수 있다"며 "이 밖에도 불안감 완화나 심리 안정 등의 효과가 있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운동을 통해 뇌의 구조가 변하고 이로 인해 집중력이나 암기력, 기억력이 향상돼 학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며 "성장 발달 과정의 청소년들에게 있어 체육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