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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동국대 의대 일산 이전 '먹튀' 논란
경주시민 "배은망덕"… 대학측 "전문대학원만"


경주=김경엽 기자 reportkim@hk.co.kr

동국대가 경주캠퍼스에 있는 의대를 경기 고양시 일산병원 인근으로 이전을 추진하면서 지역 사회에 ‘먹튀’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수도권에 의대를 허가하지 않자 86년 의과대학이 없다는 경북에 지방 의료인력 배출 등을 명분으로 경주분교에 개설해 학교 위상을 높였지만 수도권규제완화 분위기를 틈타 수도권으로 이전키로 하고 최근 고양시와 ‘동국대 캠퍼스 설립 및 메디클러스터 조성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해각서는 일산동구 식사동 23만여㎡ 부지에 경주캠퍼스의 의과대학과 생명과학대학을 이전하고 의료연구단지를 조성하고 고양시는 교과부와 국토해양부 승인에 따른 행정지원을 한다는 것이 주내용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국대 의대와 한의대가 있는 경주 지역 사회가 들끓고 있다. 동국대의 의대 수도권 이전 의지가 어느 때보다 확고해 의대뿐 아니라 한의대도 빼 갈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확산되면서 반발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경주시의회는 최근 긴급 간담회를 열어 “조만간 중앙부처를 방문해 진상을 파악하고 대책을 수립하겠다”며 “경주시장이 직접 나서야 하며 동국대의 ‘배은망덕’한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미경 경주시보건소장도 “지방의료 수준 향상 목적으로 의대설립인가를 받은 동국대가 지금에 와서 수도권으로 이전한다는 것은 설립취지에도 안 맞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동국대측은 “의학전문대학원만 옮기고 의과대학과 한의대는 이전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며 동국대의 처사를 비난하며 대규모 규탄대회도 불사한다는 태세다.

경북지체장애인협회 박귀룡 부회장은 “의대가 옮겨가면 내달 말 포항병원 폐쇄에 이어 경주병원도 의료수준 하락이 불가피해 장애인들에게는 직접적인 피해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들 시민단체들은 86년 당시 의대설립 승인 경위를 파악해 의대 존속을 위한 공동성명서를 채택해 국토해양부 등 정부 관계 부처에 전달할 방침이다.

86년 첫 신입생을 받은 동국대 의대는 지금까지 800여명의 의학과 졸업생을 배출했고 2006년부터 수도권 이전을 모색하면서 병상수 230여개의 포항병원을 폐쇄하고 437개인 경주 의대부속병원을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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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8/05/22 02:4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