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짧게, 말은 단호하게… 안철수가 확 달라졌다
헤어스타일은 산뜻해지고 애매모호한 화법은 줄어
전입신고 등 발빠른 행보
위기감 친노 비판 공세… '安風' 사전 차단 나서
안철수(51) 전 서울대 교수가 짧아졌다. 지난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83일 만에 귀국한 안 전 교수는 이전에 비해 짧아진 헤어스타일을 선보였다. 특유의 '2대8 가르마'는 여전했지만 조금 덥수룩하던 머리는 한결 산뜻해졌다. 안 전 교수의 변신 이면에는 측근들의 조언이 있었다고 한다. 한 측근은 지난해 12월19일 안 전 교수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 "가급적이면 머리를 좀 짧게 잘랐으면 좋겠다. 정치인은 머리가 길어서 좋을 게 별로 없는 것 같더라"며 짧은 스타일을 권했다.

산뜻해진 헤어스타일에 걸맞게 안 전 교수의 행보도 빨라지고 명확해졌다. 이전처럼 애매모호한 화법도 많이 줄었다. 대선주자였던 지난해 자주 비쳤던 지나치게 신중한 모습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듯하다. 지난 12일 서울시내 모처에서 측근들과 점심식사를 한 안 전 교수는 이날 오후 노원구 상계1동 주민센터를 찾아 전입신고를 마쳤다. 내달 24일 노원병 재보선 출격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안 전 교수의 한 측근은 "점심식사를 마친 뒤 참석자 중 한 명이 '후보님, 이번에는 우리도 당선증 좀 받아야죠'라고 덕담을 건네자 안 전 교수가 환한 웃음으로 화답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민주통합당 등 일각에서는 부산 영도 출마를 논하기도 하지만 안 전 교수의 노원병 출마 의지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여권에 맞서기 위한 기계적인 야권 후보 단일화 역시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 낼 수도 안 낼 수도

안 전 교수의 노원병 출마가 '120%' 확정되면서 민주당은 깊은 딜레마에 빠졌다. 명색이 제1야당으로서 새 정부 들어 첫 재보선 때 후보를 내지 못한다면 그만큼 체면을 구기게 된다. 그렇다고 후보를 내자니 승산도 적을뿐더러 당 내부적으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전당대회에서 계파 간 분열이 심화되고 안철수 전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바깥에서 흔들면 분당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전 의원은 친노(친 노무현)계 등 주류의 지원을 등에 업고 5월4일 당대표 경선에 참여할 것으로 관측됐다. 김 전 의원은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공동선거대책본부장으로 활약했었다.

김 전 의원은 그러나 "제일 아픈 게 '김부겸은 친노의 대리 후보'라는 소리였다. 전대가 친노 대 반노 구도로 가면 다 죽는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전대 출마 여부를 두고 김 전 의원과 친노 진영 간에 조율이 원만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비주류 진영의 김영환 의원도 최근 교통방송과 인터뷰에서 "안철수 교수는 지난 대선 때 어쨌든 후보를 양보하고, 우리 후보를 위해서 뛰었던 분"이라며 "때문에 그분이 직접 선거에 출마한다고 할 때 우리 당이 후보를 낼 수 있겠는가"라며 민주당이 후보를 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안 전 교수 등판 여부와 상관없이 후보를 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동섭 노원병 지역위원장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통해 "철새 정치인 안철수 전 후보에게 양보할 수 없다"면서 "민주당 지도부는 하루 속히 노원병 후보를 공천해 안철수 전 교수와 정정당당하게 맞서게 하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안 전 교수 출마 발표 전에 후보로 거론되던 정동영 상임고문, 임종석 전 의원 등의 등판론은 최근 들어 수그러드는 분위기"라며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후보를 내기 어렵다고 보지만 공천이 이뤄진다면 이동섭 위원장이 가장 유력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남남 넘어 적군!

안 전 교수가 대선 당시 우군이었던 민주당 등 야권과 협의 없이 노원병 출마를 선언한 것을 두고 11년 전 '정몽준-노무현'처럼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또한 닮은꼴이라면 닮은꼴이다.

2002년 16대 대선 때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는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와 여론조사를 통해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이뤘다. 약속대로 정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노 후보를 지원했으나 대선 전날 모든 게 어그러지고 말았다.

정 대표가 노 후보 지지를 철회한 표면적인 이유는 노 후보가 명동 합동유세에서 "미국과 북한이 싸우면 우리가 말린다"는 발언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노 후보가 추미애 정동영 등 민주당 예비주자들을 차기 대통령 후보로 추켜세운 데 대해 정 대표의 불만이 폭발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안 전 교수의 노원병 출마가 불변의 사실로 굳어지자 문재인 전 대선후보가 속한 친노 그룹에서는 안 전 교수를 향해 무차별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양측이 단순한 '남남'을 넘어 '적군'이 될 조짐마저 보인다.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비서실장과 상황실장을 지낸 노영민 홍영표 의원은 최근 "(안 전 교수가 단일화 후 선거 지원 과정에서) 미래 대통령이라고 표현해 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 의원은 당시 비화를 담은 비망록 작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전해철 최민희 의원 등 친노계들도 잇따라 라디오에 출연해 안 전 교수의 노원병 출마 및 신당의 성공 가능성 등에 대해 비판했다. 친노 주류 측은 안 전 교수가 부산 영도에 출마해서 여당 거물인 김무성 전 의원과 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내 친노 진영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안 전 교수 측은 선거에만 집중할 뿐이라는 입장이다. 안 전 교수는 이른바 '미래 대통령' 주장과 관련해 "실익도 없는 요구를 하는 그런 바보 같은 사람이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 전 교수와 문 전 후보는 더 이상 같은 편이 아니다"고 전제한 뒤 "안 전 교수가 내달 재보선 때 승리해서 원내에 입성한다면 신당 창당에 속도가 붙을 뿐 아니라 5월4일 민주당 전당대회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친노 진영에서는 전대에 앞서 안철수 바람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십자포화를 퍼붓는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