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청문회 통과한 장관 임명 않고 출장 지시
유정복 행정 후보자에 "구미 가스 누출 현장 찾아 대책 마련하라"
정치권 안팎 "국정공백 최소화 위해선 장관 임명이 우선" 지적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에게 경북 구미 염소가스 누출 사고 현장 등을 방문해 대책을 마련하도록 지시하는 등 민생 챙기기에 나섰다. 하지만 청문회를 통과한 장관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임명하지 않으면서 지방 출장 등 업무를 지시하는 모양새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유 후보자에게 전화를 걸어 "구미 염소 누출 사고 현장과 진도 어선 사고 현장에 직접 가서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들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정부조직 개편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여서 국민안전과 관련된 행정이 소홀해질 수 있는 만큼 유 후보자가 다른 부처 장관 몫까지 모두 챙겨 우선적으로 직무 수행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려면 청문회를 통과한 장관들을 임명하는 게 우선"이란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유 후보자 한 분만 임명장을 준다는 게 모양새도 썩 아름답지 않다"며 "지금 임명하려면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임명하고, 정부조직법 통과 후 다시 안전행정부 장관으로 임명장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류길재 통일부ㆍ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됨에 따라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새 정부 장관 후보자는 모두 9명으로 늘어났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정부조직법 개정 처리 지연으로 내각이 구성되지 못하는 등 국정 파행이 이어지는 현 상황을 '비상시국'으로 인식하고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들이 모여 매일 일일 상황점검회의를 갖고 현안에 대처하기로 했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지연과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지연으로 인해 정상적 국정 수행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비상시국이라는 인식과 자세를 갖고 국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또 "일일 상황점검회의를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형태로 당분간 매일 오전 8시에 개최한다"고 말했다. 이어 "각 수석비서관실은 해당 비서관이 부처를 일 대 일로 책임지는 방식으로 현안에 대응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식으로 임명되지 않은 비서관 내정자가 각 부처 관료들과 업무 협의를 하는 것은 변칙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청와대는 이와 함께 당분간 정홍원 총리의 통할 아래 각 부처 차관과 실·국장이 중심이 돼 국정을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비상시국 선언에도 불구하고 비서관 인선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는 계속됐다. 김원종 전 보건복지비서관 내정자가 뚜렷한 이유 없이 선임행정관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는 대선 캠프 출신의 장옥주 전 노인인력개발원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