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 2주째 못 열려… 대통령도 장관들도 공식 일정 무
■ 박근혜 정부 국정 최악 파행
청와대 "전 정권의 장관들과 뭘 하나…"
낙마사태 MB때보다 장관 임명도 늦어
17명 후보 중 7명만 청문보고서 채택… 부처마다 "국정 초반 공약 이행 꿈도 못 꿔"
6일 출범 10일째를 맞는 박근혜정부가 청와대와 여야의 정치력 실종으로 불명예 '파행' 기록을 쏟아내는 등 국정이 표류하고 있다. 국가의 최고 정책심의기구인 국무회의는 2주째 열리지 못했고, '전(前) 정부의 현(現) 장관'들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에 있다. 일선 부처에선 1급 공무원 중심의 비상운영체제를 가동해 현안 챙기기에 나섰지만 통상적 관리 업무 외엔 사실상 손을 놓았다. 나갈 장관과 들어올 장관에 대한 이중보고로 업무 비효율도 가중되고 있다.

국무회의 규정에 따라 통상 매주 화요일 1차례 소집된 국무회의는 5일에도 열리지 못했다. 지난달 26일에 이어 박근혜정부에서 2주 연속 무산된 것이다. 지각 출범했던 이명박정부가 취임 3일째 노무현정부의 한덕수 전 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연 것에 비해서도 이례적이다.

청와대는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총리를 뺀 각료가 한 명도 임명되지 못한 상태에서 국정철학이 다른 전 정부 장관들과 함께 국무회의를 여는 건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관계자는 "한두 차례는 몰라도 현안이 있는데도 국무회의가 안 열릴 경우 국정에 지장이 올 수 있다"며 "나쁜 전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 장관 임명도 역대 정부에 비해 상당히 늦다. 국회는 이날 서남수 교육부ㆍ방하남 고용노동부ㆍ윤성규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이들을 포함해 17명의 장관 후보자 중 7명이 청문회를 통과했다.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7억5,000만원의 지출 내역에 대한 증빙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보고서 채택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뒤에 장관들을 임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미래창조과학부의 경우 4월에야 수장이 취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장관 후보자 낙마 사태를 겪었던 이명박정부에서도 2008년 3월 13일 장관 임명을 끝냈다.

국정에 비상이 걸렸음에도 총리를 뺀 부처 장관들의 5일 공식 일정은 전무했다. 출근하더라도 통상적 결재만 하는 정도다. 박 대통령은 첫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서민 물가 편법 인상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지시했다. 하지만 칼을 빼 들어야 할 공정거래위원회는 수장 공석 상태이다.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장관 청문회도 열리지 못한 상황이어서 관리 업무 외에 박 대통령의 공약 이행은 꿈도 못 꾸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이주호 현 장관, 서남수 새 장관 후보자,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후보자에 보고를 해온 교육과학기술부나 부처가 쪼개지는 국토해양부는 이중ㆍ삼중 보고에 따른 피로감이 상당하다. 8일 신임 장교 합동임관식엔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대신 물러나는 김관진 장관이 참석한다. 같은 날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할 처지이다.

박 대통령도 5일 공식 일정 없이 청와대에 머물며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 등에 대해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 일정이 공란으로 빈 것은 취임 후 네 번째, 휴일을 빼면 지난달 28일에 이어 두 번째이다. 전직 대통령들이 임기 초반 국정 운영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빠듯한 일정을 소화한 것과 차이가 있다.

청와대도 어수선하긴 마찬가지다.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되는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법적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업무를 봐야 한다. 비서관 인선을 둘러싸고 여전히 잡음이 이어지고 있고, 일부 행정관급 구인도 진행형이다. 내정자들도 정식 발령이 나지 않아 임시 출입을 뜻하는 '임'자가 붙은 출입증을 패용하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