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됐다" FTA 강행처리로 기우는 한나라
"FTA괴담 온라인서 퍼져 시간 더 끌면 여론 악화" 지도부, 내주 직권상정 가닥
"물리력에 불참" 서명 22명, 어떻게 행동할지 관심
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시기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속전속결로 강행 처리를 하자니 이후 들이칠 여론의 뭇매가 부담이고, 마냥 기다리고 있자니 FTA 반대 여론이 점점 힘을 키울 것 같아 걱정이다.

신중론자들은 본회의장에서 거친 몸싸움이라도 벌어지면 반여(反與)정서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우려한다. 하지만 "이제는 처리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더 이상 여야 합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여론조사를 하면 한미 FTA찬성 의견이 60%이상 나오지만 인터넷과 트위터 등을 통해 FTA 관련 괴담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어서 걱정"이라며 "시기를 놓치면 여론이 악화한 가운데 강행처리를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도부도 갈라져 있다. 홍준표 대표는 내주에는 비준안 직권상정 수순을 준비하자는 쪽이지만, 황우여 원내대표는 야당과 접점을 찾는 노력을 좀 더 하자는 입장이다. 4일 당내에선 지도부가 직권상정 후 강행처리를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분석이 흘러나왔다. 지도부가 내주 박희태 의장을 찾아가 직권상정을 요청할 것이란 얘기도 곁들여졌다.

이명규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3일 본회의 휴회결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라도 본회의를 열 수 있다"며 야당을 겨냥해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국익을 팽개치고 교섭단체간 합의를 하루도 못 가 뒤집는 민주당은 까막눈을 넘어 무뇌 상태"라며 "민주당은 민주노동당 2중대 노릇을 집어치우라"고 공격했다.

한나라당이 결국 강행처리 수순을 밟을 경우 '의원직을 걸고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에는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22명 의원들이 어떻게 처신할지도 관심사다. 황 원내대표와 남 위원장도 서명 멤버다. 이들 가운데 8명은 3일 모임을 갖고 "당초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지만 야권도 표결에 응해 국민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날 한미FTA 비준안 처리와 관련"이 세상에 소수가 다수한테 이기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미국이 처리했는데 한국도 처리해야 한다. 서로에게 이익"이라고 말했다. 김황식 총리도 이날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야당이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문제 삼는 데 대해 "합리적인 제도를 미국에 유리하게 왜곡 운영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제사회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