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은의 '사람들'] ⑧ 오일정 당 군사부장
'혁명1세대' 간판 오진우 셋째 아들… '대를 이은' 충성 부각
600만 예비전력 총괄 요직… 후계 '민심잡기' 역할 커질 듯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9월 28일 노동당 대표자회가 열리고 그 다음날 북한 매체가 개편된 당 부장진 14명을 공개했을 때 낯선 인물이 몇 명 끼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오일정 중장(남한의 소장)이었다.

56세(1954년생)의 `젊은' 나이에 계급도 `별 둘'에 불과한 오일정이 쟁쟁한 인물들과 나란히 당 부장(군사부장 추정)으로 이름을 올린 것 자체가 파격적이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오일정의 군사부장 전임자인 김성규는 지난 8월 77세로 사망했는데 계급이 대장이었다.

평양 출생인 오일정은 고위층 자녀들만 다니는 평양 남산학교(1983년 폐교)를 거쳐 김일성종합대학 경제학부로 진학했지만 22세 때인 1976년 `8.18 도끼만행사건'이 터져 전쟁분위기가 고조되자 대학을 1년 조기 졸업하고 자원 입대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 경쟁자였던 이복동생 김평일(현 폴란드 대사)과 남산학교, 김일성종합대학 동기동창이기도 한 오일정은 입대 후 이집트 대사관 무관, 인민무력부 대외사업국 지도원 등으로 근무하다 김일성군사종합대학 통신반 과정을 거쳐 1992년 소장(남한의 준장)을 달았고 1994년부터 제4군단 예하 26사단장을 했다.

1992년에 `별 하나'를 달고 18년이 지난 현재까지 `별 둘'에 머문 오일정이 `후계 포석'의 성격이 강한 이번 당 고위직 개편에서 발탁된 배경은 뭘까.

가장 먼저 손꼽히는 것이 고 김일성 주석과 함께 항일빨치산으로 활동했던 `혁명1세대'의 간판 오진우(전 인민무력부장)가 그의 아버지라는 사실이다. 북한에서 혁명1세대의 자녀 즉, `혁명2세대'라는 출신성분은 그 자체만 갖고도 `출세의 사다리'를 갖고 태어난 것과 마찬가지로 여겨진다

특히 오진우는 혁명1세대 중에서 김일성.김정일 부자와 각별한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일성 주석에게는 한국전쟁 때 경호대장을 맡길 정도로 신임하는 동지였고, 김정일 위원장한테는 자신의 후계 확립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일등 공신이었다.

이복동생 김평일과 삼촌 김영주 사이에서 김 위원장의 후계자 지위가 불확실했던 시절, 전체 혁명1세대를 규합해 김 위원장을 후계자로 옹립한 장본인이 바로 오진우였던 것이다. 오진우는 그 공로 덕분인지 김정일 위원장 체제에서 죽기 전까지 20년 가까이 인민무력부장을 하면서 `군부의 1인자'로 군림했다.

이런 오진우의 `존재감'이 사후에까지 김 위원장의 `자녀 챙기기'로 이어져 오일정이 중용되는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오진우의 자식들을 각별하게 챙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일정은 원래 오진우의 4남1녀(추정) 중 셋째 아들이나 맏형이 어릴 때 총기 오발사고로 죽어 사실상 둘째 아들로 통했다. 그런 오일정의 아래로 동생 둘이 있는데 여동생 오선화의 경우 노동당에 들어갈 때 김 위원장이 신원을 보증하고 당원증에 직접 사인해 선물할 정도로 아꼈다고 한다.

남동생 오일수는 김평일의 동생 영일과 남산학교 동기여서 원래 숙청 대상이었지만 김 위원장 덕에 살아나 나중에 당 작전부(현재 정찰총국에 통합됨) 과장까지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후계 구도의 조기 정착과 관련, 오일정이 맡은 당 군사부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사실 오일정이 당 부장에 기용됐다는 것이 처음 알려진 시점은 지난달 중순이다. 조선중앙통신이 9월 11일 붉은청년근위대 창건 40주년 중앙보고회 소식을 전하면서 `당 부장 오일정'이 보고를 했다고 밝힌 것이다.

당시 그가 어느 부서를 맡았는지를 놓고 여러 가지 분석이 나왔으나, 붉은청년근위대를 관장하는 부서가 당 군사부이고, 당 군사부장이었던 김성규 대장이 전월에 사망해 부장 자리가 비어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오일정 군사부장 설'이 설득력 있게 나돌았다. 그러다가 당대표자회 직후 14명의 당 부장 이름이 모두 공개되면서 기정사실처럼 굳어진 것이다.

김정은 후계구도와 관련해 당 군사부장이 중요한 자리로 꼽히는 이유는 600만 명에 육박하는 북한의 예비전력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도대(17∼50세 남성 제대군인과 17∼30세 여성) 90만명, 노농적위대(46∼60세 남성.교도대 편성인원 제외) 400만명, 붉은청년근위대(14∼16세 남녀학생) 90만명 등이 모두 당 군사부장의 권한 아래 있다.

다시 말해 이들 예비전력의 교육과 관리를 통해 김정은 후계에 대한 지지기반을 확실히 다져갈 수 있는 자리가 당 간부부장이라는 얘기다.

고위층 출신 탈북자는 "과거 김정일 후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오진우는 후계자 옹립부터 군 장악까지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면서 "김정은 후계 체제에선 그의 아들 오일정한테 중요한 역할을 맡겨 `계승'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