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11월 4일] 일본 우경화에 대한 단상
게임대국 일본에 요즘 웹게임 하나가 자못 열풍인 모양이다. 함선을 모은다는 의미의 '함대 컬렉션'이 원래 이름인데 줄여 '간(艦)코레'로 부르는 이 게임은 지난 4월 말 처음 등장해 불과 반년 사이 회원 숫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극히 일부 아이템을 제외하고는 무료라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점이 작용했겠지만 모바일이 아니라 PC 게임이기 때문에 이 같은 회원 증가세에 일본 게임업계도 놀라는 눈치다.

이 게임은 이용자가 제독이 되어 항공모함, 구축함, 순양함 등의 여러 군함을 소녀 캐릭터로 의인화한'간무스(艦娘)'를 운용해 적 함대와 싸우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함선 한 대와 군함을 만들 수 있는 얼마 정도의 자재를 부여 받는 것이 전부이지만, 이 자재로 차근차근 함선을 건조할 수도 있고 전투에 참가해 이길 경우 적함을 수습해 함선 규모를 늘려갈 수 있다.

인기 PC게임들이 대개 전투의 요소를 가지고 있고 픽션이든 역사든 이미 존재하는 전쟁 스토리에 기반한 것들도 많아 '간코레'의 구성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눈길 가는 것은 이 게임이 소재로 채택한 무대가 '아시아태평양전쟁'이라는 점이다.'간무스'는 욱일승천기를 상징 깃발로 가졌던'대일본제국해군'의 함정들을 의인화한 것이다. 함선들이 장착한 장비들도 당시 특정 일본 전함의 무기를 모델로 한 것이고, 전투가 벌어지면 실제 태평양전쟁에서 그 전함이 어떻게 싸워 어떤 실적을 거뒀는지도 간략하게 소개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본 인터넷 상에서는 이 게임을 하면서'당시 일본 전함의 위용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게 됐다'거나 '게임을 해보면서 일본 해군에 관심이 생겼는데 읽을 책을 추천해달라'는 이야기들이 심심찮게 나온다. 이 게임을 통해 전쟁 시기 일본이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함대를 보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젊은이들이 늘어난다며 '간코레가 (일본 젊은이들의)자학사관을 교정할 수 있을까'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간코레'의 히트는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의 최신작 '바람이 분다'가 논란에 휩싸였던 것과 묘하게 오버랩 된다. 일본 해군의 요청으로 미쓰비시가 생산한 전투기 제로센(零戰) 개발자의 일대기를 그린 이 애니메이션은 미야자키가 전쟁 미화가 아니라고 거듭 이야기했음에도 일본 이외 국가의 사람들이 보기에는 불편했다. 개인의 고뇌를 클로즈업 하느라 잘못된 역사에 대한 책임의식이 흐려져버렸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들을 일본 사회에서 자주 목격하게 되는 것일까. 일본 사회가 전체적으로 우경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경기 침체, 양극화ㆍ고령화 등에 따른 사회불안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반세기만의 정권교체라던 민주당 정권에 대한 실망감 등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 사회 분위기에 불을 붙인 것은 3ㆍ11 대지진이라는 초유의 재난이다. 3ㆍ11 이후 일본은 위기 앞에서 똘똘 뭉쳐야 한다는 집단주의와 피해자 의식이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우경화의 최전선에 우편향 후소샤(扶桑社) 교과서 등을 만드는 사람들처럼 일본이 전쟁을 일으켰던 시기까지 포함해 자긍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변하는 세력이 자리 잡고 있다.

딱한 일은 이런 우경화가 바다 건너 남의 나라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청년실업, 사회 양극화, 부실한 복지 서비스 등으로 사회불안이 높아지는 사정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한반도에서 북한이라는 존재는 일본의 3ㆍ11 대지진에 못지 않게 상시적으로 한국인들을 피해자로 만들어 집단화시키는 장치다. 자학사관 운운하며 대한민국 국민의 자긍심을 심어주는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력들이, 추정하건대 정권의 지원까지 받아가며 준동하고 나선 것도 참으로 닮았다. 이러면서 이웃 나라가 우경화한다고 목소리 높이는 게 낯간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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