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칼럼/3월 7일] 새 안보진용이 걱정되는 이유
육사 일색 순혈주의로 안보환경 효율대처 가능할지
집단사고 배제하고 전력 균형발전과 통합운용 필요
쿠르스크전투는 스탈린그라드대회전과 함께 2차대전 전황을 결정적으로 바꾼 계기가 됐다. 100만 이상이 희생된 참혹한 소모전에다, 사상 최대 기갑전으로 유명한 전투다. 독일의 판쩌와 티거, 소련의 T-34 탱크가 뒤엉켜 서로 상대를 올라타고, 포신이 엉켜 허우적대는 난전을 벌였다. 동부유럽의 평원을 좁아 터진 동네골목처럼 만든 탱크는 양측 합쳐 1,000대 정도였다.

현재 남북한 전차는 무려 6,600대(남 2,400, 북 4,200)다. 협소한 산악지형에, 좁은 회랑 같은 도로만 즐비한 한반도에선 도대체 운용 자체가 가능하지 않은 전시형 과잉전력이다. 그런데도 걸핏하면 "기갑전력 열세" 소리다. 동일 무기체계로 1대 1 균형을 맞추는 식의 낡은 사고 탓이다. 병력, 사단, 야포 수 등을 비교해가며 우는 소리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재래식 물량 위주의 북한군을 동일 전력으로 대응하는 방식은 가능하지도, 효과적이지도 않다. 미국이 두 차례 이라크전에서 후세인의 막강한 전차부대를 괴멸시키고 전의를 꺾은 주역은 해ㆍ공군이었다. 간혹 전차끼리 맞붙은 전투에서도 승부는 대수 아닌, 성능에서 갈렸다. 지상군은 오히려 안정화 작전의 주역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단색(單色) 안보진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꺼낸 얘기다. 국가안보실장, 국가정보원장, 국방부장관이 모두 같은 시기에 육사를 다닌 4성 장군 출신이다. 안보라인은 아니어도 역할이 주목되는 경호실장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에 청와대 안보관련 요직인 국방ㆍ위기관리ㆍ정보융합 비서관도 몽땅 육사 선후배다. 내각의 편중구성을 비판하지만 안보진용의 획일성에 비길 건 아니다.

이런 구성을 놓고 대북관계의 경직성 심화 조짐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한반도 안보환경에 어울리지 않는 지상군 위주의 낡고 비효율적인 국방체제가 더 고착되리라는 전망이다.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 당시 응전에 실패했던 뼈아픈 기억을 되살려 보라. 두 번 다 합참의 지휘계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근본 이유로 많은 군사전문가들은 해ㆍ공군 작전에 서툴거나 개념이 희박한 육군 일색의 지휘부 구성을 지적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현대전, 특히 한반도처럼 종심이 짧은 전장환경에선 공군력이 국방력의 핵심이다. 상황 발발시 가장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한 전력이 공군력이라는 뜻이다. 효과적 대응력은, 뒤집으면 적이 쉬 도발할 마음을 먹지 못하게 하는 효과적 억지력이 된다. 유사시에도 압도적인 공중 전력은 독립전력이나 지원전력이 아니라, 전차나 구축함처럼 지상과 해상작전을 구성하는 필수무기체계라는 인식을 가져야 아군 희생을 줄이고 단숨에 전장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 이게 3군 전력 불균형을 시급히 개선하고, 또 국방 지휘부가 전력의 통합운용에 대한 인식을 반드시 갖춰야 하는 이유다.

북한조차 지상군 위주 재래식 무기체계의 한계를 절감하고 비대칭전력 개발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상황이다. 80년대 이후 500 차례가 넘는 북한 도발도 모두 공중과 해상에서 이뤄졌다. 독도와 센카쿠 등 동아시아 영토갈등도 해ㆍ공군력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운다. 육ㆍ해ㆍ공 전력을 아우르는 균형적, 통합적 사고 없이는 이 위중한 안보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지난 '국방개혁 307'에 반대가 많았던 것도 전력구조 개선에 대한 큰 디자인 없이 육군 위주의 낡은 구조만 더 심화하리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다양하고 유연한 전략적 사고가 필요한 때에 안보진용 구성은 거꾸로 갔다. 이런 인선도 아마 박근혜 대통령의 성장기 환경에서 형성된 인식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순혈주의는 경직된 집단사고에 함몰되기 십상이다. 유전학에서뿐 아니라 언제나 '잡종강세'는 원칙이다. 어떻든 인물 각자를 따져보면 나름 능력과 경륜을 인정받아온 이들인 만큼, 지금으로선 제발 집단이기주의를 경계하고 오직 국가안보만을 위해 올곧은 판단만 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