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진 칼럼/3월 6일] 안철수 컴백에 할 말 있다
재보선 출마 방법과 상황 선택이 깔끔하지 못해
'안철수 현상' 복원하려면 실리보다 명분 잡아야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돌아온다고 한다. 미국에 체류중인 그는 3일 무소속 송호창 의원을 통해 "4ㆍ24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노원병 지역구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안 전 교수가 다음 주쯤 귀국해 직접 자신의 생각을 밝힐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해 대통령선거 당일 한국을 떠났다가 80여일 만에 돌아오는 셈이다.

안 전 교수가 여전히 유효한 '안철수 현상'의 본체이고, 스스로 퇴로(退路)를 차단했다고 공언한 만큼 그의 정치복귀는 기다렸던 일이고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할 일은 아닌 듯하다. 방법이 그렇고, 상황이 그렇고, 자신의 의지를 확인시키는 모습이 그렇다.

송 의원을 통해 전달된 말들이 논란을 불렀다. 노원병은 'X파일-떡검사' 발언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전보정의당 공동대표가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는 지역구다. 새누리당 후보라면 몰라도 범야권, 더구나 안 전 교수 정도가 나선다면 후보단일화 논의가 불가피하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안철수-노회찬 국제통화 내용을 둘러싸고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양해를 구했다느니, 서로 안부만 물었다느니 옥신각신한다. 전달자 송 의원의 심리해석까지 곁들여지니 논란이 커지고, 헷갈리기 시작한다.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문재인 후보 단일화 과정을 기억하는 국민들로서는 짜증과 싫증이 솟지 않을 수 없다. 내주에 들어온다면 그 때 본인이 직접 밝히면 될 일이지 굳이 서둘러 전언으로 밝힌 의도가 궁금하다.

시기적 상황은 어떤가. 일요일이었던 그날은 안철수 현상이란 플래카드를 내걸기에 적절해 보이지 않았다.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둘러싼 정국경색이 정점에 달해 청와대와 여야가 감정적 대치로 치닫고 있던 상황이었다. 멀리 미국에서 이런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안 전 교수가 그래서 정치개혁ㆍ정치쇄신을 상기시킬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했다면 그릇된 판단이다. 청와대-국회간 갈등과 대립에 국민들이 화를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안철수 현상의 토대인 정치적 혐오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안 전 교수가 최근의 상황이 자신의 정계복귀에 멍석을 깔아주고 있다고 여겼다면 여전히 설익은 정치인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지금 노원병 국회의원에 당선되겠다는 선언이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확인시키는데 득이 될 지도 의문이다. 본인도 그렇고 그를 좋아하는 국민들도 '국회의원 안철수'는 '대통령 안철수'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혹은 수단으로 보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눈앞의 실리보다 장기적 명분을 축적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민의 관심은 그가 대의명분에 얼마나 맞게 행동하는지, 얼마나 폭넓은 그림을 그리는지에 쏠려 있다. 정치개혁을 위해 본인이 하루라도 빨리 여의도에 들어가야 한다고 믿는다면 국민이 기대하는 안철수 현상을 스스로 잘못 관찰한 결과다. 그가 조금 일찍 국회의원이 됐다는 사실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재보궐선거에서 낙선했다는 사실도 그다지 심각한 장애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안 전 교수는 굳이 내주에 귀국할 예정이 아니라도 좋다. 4ㆍ24 선거에 출마하든 다음 10월 재보선에 출마하든, 국회에 들어가 신당을 조직하든 여의도 바깥에서 시민운동을 이끌든, 순전히 정치인 안철수의 자유로운 선택이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그의 정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적지 않기에 그들이 그에게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침착하게 살피는 일은 필수적인 책무가 된다.

그는 왜 젖은 땅은 피하고 마른 땅만 디디고 다니는 것처럼 보일까. 서울시장 선거, 대통령 선거, 4월 재보선 등 그에겐 왜 단일화 문제가 항상 골칫거리로 따라 다니는가. 선발투수로 나서지 않고 구원투수로, 그것도 유리한 상황에서 세이브승(勝)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꼭 등판하게 될까. 이런 의문들이 일어나지 않게 해주어야 그는 보다 큰 정치인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