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망토, 바윗돌 가루로도 만들 수 있다
40년 전 '투명물질' 예측 이후 인공 메타물질 기술 꾸준히 발전
최근 김경식·스미스 교수가 200㎠ 스마트 메타물질 개발
"몇년내 해리포터 속 장면 구현"
방해석 '복굴절' 성질 이용해 자연물질로 개발땐 비용도 저렴
영화 '해리 포터'시리즈 3편인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주인공 해리 포터는 투명망토 속에 몸을 숨긴 채 호그와트 마법학교 곳곳을 누비며 비밀의 단서를 찾는다. 어렸을 적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 봤음직한 공상과학(SF) 영화 속 투명망토가 몇 년 내 실현될 전망이다. 최근 국내 과학자가 주도하는 국제 연구팀이 투명 망토를 만들 수 있는 신소재인 '스마트 메타물질'를 개발한 것을 계기로 개발 현주소와 전망을 알아본다.

40여 년전부터 연구 시작

우리 눈은 물체에 부딪힌 뒤 반사되고 굴절되는 빛을 통해 그 물체를 인식한다. 이를 양(+)의 굴절률을 가진다고 한다. 그런데 40여 년 전 러시아 물리학자 빅토르 베셀라고는 빛이 물체에서 일반적으로 반사되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휘어져 돌아가는 음(-)의 굴절률을 가진 물질이 존재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처럼 음의 굴절률을 가진 물질을 만든다면 투명망토를 만들 수 있게 된다. 2006년 존 펜드리 임피리얼 런던대 물리학과 교수는 음의 굴절률을 가진 물질을 만들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데이비드 스미스 미국 듀크대 교수가 실제로 빛을 휘어져 돌아가게 만드는 인공물질인 '메타물질(metamaterial)'을 개발했다.

하지만 스미스 교수가 실리콘과 금속으로 만든 메타물질은 크기가 몇 ㎛(마이크로미터ㆍ100만 분의 1m)에 불과하다. 게다가 가시광선 영역이 아닌 마이크로파로 실험했기 때문에 눈으로 물체가 사라지는 것을 보지 못하고, 망토가 접히거나 구겨지면 그 효과마저 사라지는 한계가 있었다.

지난해 8월에는 미국 UC버클리 연구진이 가시광선 영역인 480~700㎚(나노미터ㆍ10억 분의 1m)의 파장에서 작동하는 메타물질을 개발했다. 물체가 사라지는 것을 실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메타물질이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UC버클리 연구진이 만든 메타물질, 즉 원시적 투명망토에도 문제가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투명망토는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물체가 눈에 보여야 한다. 그렇지만 이 때까지 개발된 메타물질은 음의 굴절률만 있어, 이 메타물질로 만든 투명망토는 사용하지 않아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 과학자들 곳곳서 맹활약

그런데 지난 8월 박용식 삼성전자 박사와 노준석 UC버클리 연구원은 평소에는 일반 물질과 같은 양(+)의 굴절률을 가지지만 적외선을 쬐면 음(-)의 굴절률로 바뀌는 메타물질을 개발해 과학 전문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했다. 박 박사는 "마치 켜고 끄는 스위치처럼 투명망토와 일반망토로 서로 바뀔 수 있는 투명망토의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한발 더 나아가, 지난달 20일에는 김경식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가 메타물질 첫 개발자인 스미스 듀크대 교수와 공동으로 접거나 구겨도 그 효과가 유지되는 200㎠ 크기의 '스마트 메타물질'을 개발해 역시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했다. 네이처 출판사는 김 교수팀 연구를 '주요 연구 성과'로 꼽으면서 '하나로 모든 것을 감싼다(One size clocks all)'는 제목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몇 년 안에 영화 속 해리 포터가 사용했던 정도의 투명망토가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연물질로 투명망토 개발 시도도

인공 메타물질을 이용하는 방법 외에, 바위를 구성하는 성분인 방해석(方解石ㆍcalcite)으로 투명망토를 만들려는 시도도 있다.

방해석은 빛의 굴절이 한 방향이 아닌 2개 방향으로 나타난다. 이를 복(複)굴절(birefringence)이라고 한다. 그래서 방해석 결정(結晶)으로 물체를 보면 2개로 보이게 된다. 이런 성질을 이용해 방해석 결정의 방향을 조절하면 메타물질처럼 물체를 보이지 않게 할 수 있다.

솽 장 영국 버밍엄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와 펜드리 임피리얼 런던대 물리학과 교수팀은 방해석을 이용해 가시광선 영역에서 작용하는 투명망토를 만들었다고 2010년 12월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들이 방해석으로 만든 투명망토로 자연광에서 작은 머리핀 크기의 물체를 사라지게 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파란 빛에서는 물체를 완전히 가리지 못했다. 아직 일부 파장에서는 완벽하지 않은 것이다.

우정원 이화여대 양자메타물질연구센터장은 "방해석은 자연에서 얻을 수 있어 메타물질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손쉽게 투명망토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