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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감청 합법화로 도청 막자"
[도청 파문] 비화폰 개발 이필중 교수 인터뷰
비화폰 '암호 키' 작용땐 도청 불가
'키 해독기관' 구성 공동관리를


"휴대폰 감청을 합법화해 불법 도청을 막아야 합니다.”

도청 불가능한 휴대폰으로 알려진 팬택의 ‘비화(秘話)폰’을 개발한 이필중(54) 포항공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가 휴대폰의 합법적인 감청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9일 본지와 의 전화인터뷰에서 “휴대폰 도청은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며 “합법적인 감청을 할 수 없다 보니 불법 도청이 생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도청은 절대 해서는 안되지만 감청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며 “감청 불가능한 이동통신 장비를 허가한 것은 정보통신부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3년 우리가 개발한 비화폰은 감청을 할 수 없게 돼 있다는 점에서 상용화하지 않은 게 차라리 잘 된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감청이 합법화하려면 도청이 절대 불가능한 통화보호장치가 필수”라고 전제하고 자신이 개발해 ‘비화폰’에 채택된 ‘키(Key)복구 시스템’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키복구 시스템이란 휴대폰 통화 시 대화 내용을 외부에서 가로채지 못하도록 복잡한 암호 키를 덧씌우는 방법이다.

이 교수는 “암호 키는 휴대폰에 내장된 키 복구 시스템에서 매번 통화 때 마다 자동적으로 다르게 생성된다”며 “이 방법을 사용하면 설령 누군가 몰래 휴대폰 기지국에 도청장비를 설치해도 도청이 절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감청은 암호 키를 해독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수사기관에서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청을 할 경우 감청대상자의 휴대폰 통화 내용을 통째로 녹음한 뒤 암호 키를 해독해야 내용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불법 도청과 인권침해 사고 등을 막기 위해 암호 키 복구를 전담하는 별도의 키 복구기관을 둘 것을 제안했다. 키 복구기관은 정부, 사법, 민간, 통신업계 등 각 분야에서 선출된 사람들로 구성되며 이들의 감독 아래 전문가들이 전문 프로그램을 동원해 암호 키를 해독하게 된다.

이 교수는 “키 복구 시스템은 기계적인 장치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인 만큼 당장이라도 모든 휴대폰에 적용 할 수 있다”며 “휴대폰의 펌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처럼 각 이동통신사 대리점에서 간단하게 키 복구 시스템을 휴대폰에 입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을 지난해 11월 자료로 만들어 국가정보원에서 브리핑했다. 그는 “당시 국정원 관계자들은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감청을 거론하면 시민 단체들이 싫어해 합의를 끌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키 복구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먼저 감청 합법화에 대한 국민들의 합의가 필요하다”며 “또 시시각각 기술이 진보하는 만큼 도청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와 기술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정보원이 발표한 이동식 도청 장비를 이용한 휴대폰 도청은 도청 대상자를 쫓아다니며 거리와 방향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무선보다는 기지국의 유선구간을 이용한 휴대폰 도청이 방법상 더 쉽겠지만 이통업체들의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입력시간 : 2005/08/0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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