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이런 재혼일랑 하지 마십시오
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첫 결혼이 이혼으로 정리됐든, 사별로 끝났든, 그 실패나 아픔에 보상심리가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재혼입니다. 특히 이혼을 했다면 완벽한 배우자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진 상태이지요. 하지만 재혼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결혼생활을 잘 아는 데서 오는 식상감, 사랑보다는 현실을 더 의식해야 하는 상황 등 이유는 여럿입니다. 재혼생활을 힘들게 하는 것들은 무엇일까요? 재혼자들의 실제 사례를 살펴봅니다.

1. 외모나 경제력의 함정

이혼남 A의 재혼 이상형은 눈이 크고, 날씬한 스타일. 얼굴만 보고 결혼했다가 정신적인 면이 서로 안 맞아 이혼했음에도 여전히 외모를 따지고 있다. 이혼녀 B도 마찬가지. 전 남편이 생활능력이 없어 고생을 많이 했으므로 나이차가 많이 나더라도 경제력이 있는 남성과 결혼하고 싶어한다. 외모나 경제력은 물론 중요한 결혼조건이다. 하지만 그것만 중시하면 결혼의 리스크는 그 만큼 커지게 마련이다.

2. 자녀의 함정

딸이 둘 있는 여성 C는 남매를 둔 D와 재혼했다. 학원강사인 C는 자신도 돈을 벌고 있지만, 남편이 어느 정도는 양육에 도움을 주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편은 경제적인 문제에서는 내 자식, 네 자식에 선을 확실하게 긋자는 태도다. C는 그렇게 편을 가를 바에야 차라리 재혼을 안 하는 편이 더 나았다며 후회하고 있다. 재혼 후 집안살림까지 하게 된 그녀의 삶은 더 힘들어졌다. 재혼자들은 때로 이중적인 생각을 한다. 나를 사랑하니까 내 아이들도 사랑해주리라는 환상이 있는가 하면, 자신에게는 아이가 있으면서도 아이가 없는 상대를 바라기도 한다.

3. 외로움의 함정

이혼을 하면서 위자료를 듬뿍 받아 풍족하게 살고 있는 E는 이혼남 F를 만났다. 전 남편의 폭력과 바람기로 인해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한 적이 없는 E는 F의 번듯한 외모와 신사적인 매너에 끌려 재혼을 했다. 그러나 행복한 재혼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F는 좋은 남편이 아니었다. 빚이 많고, 여자가 많은 플레이보이였다. 외로움이 그녀의 판단력을 흐렸고, 다시 한 번 잘못된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4. 전 배우자의 함정

50대 중반의 G는 연령차를 극복하고 30대 후반의 H와 재혼을 했다. 그에게는 장성한 두 아들이 있는데도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에 또 아이를 낳고 싶어했다. 문제는 그의 헌신적인 사랑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딴 마음을 먹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G는 아내가 자신에게 거짓말로 돈을 타내서 전 남편에게 양육비를 보내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엄마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했다. 그러나 아내가 아이를 핑계로 전 남편과 불륜을 저지르는 것까지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재혼을 하면 자신도, 상대도 전 배우자와의 관계가 청산될 것 같지만 자녀들이 있는 한 쉽지 않다.

5. 선입견의 함정

아내의 외도로 이혼을 한 I는 화려한 외모보다는 단정하고 차분한 이미지의 여성을 만나고 싶어한다. 하지만 외모가 화려하다고 외도성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귀어 보지 않으면 잘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속이다. 갑작스런 사고로 남편을 떠나보낸 J는 그와 닮은 사람에게 마음이 끌린다. 그렇지만 단순히 누군가와 닮았다는 이유로 배우자를 선택한다면, 매우 위험한 함정에 빠지는 꼴이다. 결혼생활 경험은 재혼에 때로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선입견은 좋은 인연을 놓치게도 한다.

이렇듯 재혼자를 두 번, 세 번 실패하게 만드는 함정은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원론적인 결론인지 모르겠으나, 재혼의 현실을 알고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이 행복한 재혼의 정답입니다.

남녀본색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이혼이 가장 잦은 연령대는 남성 40대 중반, 여성은 30대 후반이다. 이 연령대에는 거의 대부분 자녀가 있다. 따라서 이혼자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자녀 문제다. 결혼정보회사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는 자녀가 있는 이혼커플 3,161쌍을 대상으로 자녀 양육비율을 알아봤다. 남성 양육 1,514쌍(47.9%), 여성 양육은 1,647쌍(52.1%)으로 나타났다. 남녀 비중이 48대 52로 거의 비슷하다. 여성이 주로 자녀를 키울 것이라는 통념이 깨지는 대목이다.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쪽의 과실이 클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남녀의 자녀양육 비중이 비슷하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이혼 원인제공 면에서도 남녀의 비중이 비슷하리라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