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모서리의 사각디자인은 애플 고유 특허" 억지 평결
당초 예상은 애플의 판정승이었다. 어차피 애플의 안방인 미국법원에서 미국인 배심원에 의해 진행되는 판결인 만큼, 삼성의 승리는 힘들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삼성 쪽이 주장하는 통신기술특허도 일부는 받아들여져 삼성의 완패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었다.

그러나 예상은 완벽하게 빗나갔다. 특히 전날 서울에서 열린 동일한 특허소송과 달리 미국 배심원단이 애플의 디자인 특허는 대부분 인정한 반면 삼성의 통신기술 특허는 하나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만큼 동일 쟁점을 바라보는 양국의 시각차가 컸다는 뜻이기도 하다.

승패를 가른 결정적 요인은 디자인 특허와 트레이드 드레스였다. 애플 '아이폰'이 갖고 있는 디자인 특허 5건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갤럭시S', '갤럭시S2', '에픽4G''넥서스S'등이 침해했다는 것이 미국 배심원단의 평결 요지였다. 실제로 애플은 ▦제품의 사각형 모서리를 둥글게 만들고 ▦주변을 둘러싼 테두리 안쪽에 직사각형 화면이 들어 있으며 ▦화면 윗부분에 '-'자 모양의 스피커 구멍 등을 고유의 디자인 특허로 내세웠다. 이밖에 ▦두 손가락을 이용하거나 화면을 두드려 사진을 확대하고 마지막 자료에 도달하면 튕기는 바운스백 ▦귀퉁이를 둥글게 만든 아이콘 모양과 정렬방법 등 이용자환경(UI)까지 애플은 고유 특허에 포함시켰다.

여기에 무시 못할 영향을 미친 것이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였다. 트레이드 드레스란 제품의 고유이미지를 형성하는 모양과 크기, 색깔 등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지적재산권의 일종이다. 특정형태를 규정한 의장등록과 달리, '코카콜라병'처럼 제품이 주는 느낌과 이미지를 반영한 개념이다. 우리는 이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으나 미국은 모방제품을 차단할 목적으로 1989년 상표법을 개정해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배심원단은 이런 삼성전자의 트레이드 드레스 위반을 문제 삼은 반면 우리나라 법원은 "터치스크린을 가진 이동통신기기의 디자인은 변화의 폭이 크지 않다"며 삼성의 디자인 특허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삼성의 무기였던 통신기술 특허는 프랜드(FRAND) 조항에 걸려 철저하게 밀렸다. 유럽통신표준연구소가 제정한 프랜드는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이라는 단어의 앞글자를 딴 말로, 표준이 된 특허기술을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 재판에서 삼성전자가 내세운 통신기술(무선통신을 이용해 자료를 효율적으로 전송하는 기술 등)은 프랜드 적용을 받는 표준 특허다. 따라서 미국 배심원들은 여기에 주목했고, "애플은 특허 사용권리를 지닌 부품업체들이 만든 부품을 이용했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특허 소진 판단을 내렸다. 반면 전날 국내법원은 애플이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고 삼성전자 통신기술을 사용한 것은 프랜드 조항의 지나친 확대해석으로 봤다.

양사 어느 쪽도 홈그라운드가 아닌 유럽의 판결을 보면 이번 미국 평결이 지나치게 애플편에 섰음을 알 수 있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지난해 8월 네덜란드 법원은 삼성이 애플 디자인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고, 영국도 지난달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디자인이 애플의 아이패드와 다르다고 판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배심원들이) 둥근 모서리의 사각 디자인을 애플의 고유 디자인으로 규정한 것 자체가 전세계적인 인식과 다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