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독도 등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면서 통화스와프 중단 카드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이 고안한 거시지표로 따진다면 한국이 대외안정성 측면에서 일본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IMF는 최근 펴낸 '대외부문(External Sector)'보고서에서 주요 28개 회원국의 외부 충격에 대한 안정성 수준을 ▦경상수지 흐름 ▦실질실효환율(REER) 지표로 평가했는데, 두 지표 모두 한국은 상위권에 오른 반면 일본은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론적으로 적정 수준 대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크거나 REER이 저평가될수록 해당 국가의 대외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IMF는 최근 높아진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전성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 미국, 일본, 독일 등의 거시ㆍ외환 지표를 분석한 뒤 이 보고서를 작성했다.

IMF는 경상수지 부문에서 한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4%가량의 흑자를 유지, 독일(4~5%) 스웨덴(2~4%) 등과 함께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평가했다. 반면 일본은 IMF가 산출한 적정 수준보다 GDP 대비 1~2% 부족한 것으로 평가돼 이탈리아, 터키 등과 같은 그룹으로 분류됐다.

REER 부문에서도 한국은 대외안정성이 높은 상위 그룹에 속했다. IMF는 물가 수준을 감안한 한국의 REER이 기초체력을 반영한 적정 수준보다 최대 10%가량 저평가된 것으로 분석한 뒤 독일, 스웨덴, 중국 등과 같은 그룹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일본 엔화는 적정수준 대비 최대 10%가량 고평가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엔화가 일본 경제의 실력보다 10%가량 높게 평가됐으며, 향후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서면 그만큼 통화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걸 뜻한다.

환율 변동성과 외환시장 자유도 부문에서는 한국과 일본 모두 외환시장이 개방되고, 2007년 이후 5년간 환율 변동성이 중간 수준(0.05%~1%)인 국가로 분류됐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특정 국가의 대외 경제부문 안정성은 거시경제 규모와 정치적 요인에도 좌우되지만, 1차적으로는 경상수지와 환율 움직임의 영향이 가장 크다"면서 "일본이 경제규모와 통화의 국제화 측면에서 한국보다 앞선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국제 금융시장은 한국의 경제체질이 오히려 건실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日 막무가내 외교


도쿄=한창만특파원


일본이 독도문제 등을 빌미로 한국에 가하는 압박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일왕 사죄 요구에 흥분한 일본이 상대적으로 대응이 쉬운 독도 문제에 집중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보다 일왕의 사죄 요구에 더 반발한다고 보고 있다. 재일한국인인 강상중 도쿄대 교수는 18일 서울 강연회에서 "독도 문제만으로 사태가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일왕 사죄 요구에 대한 일본의 반발 여론을 언급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에게 일왕 문제의 이슈화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현재와 과거 일왕들의 거취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부친인 히로히토(裕仁) 전 일왕이 2차 대전 전범이면서도 처벌을 받지 않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경우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다. 일본이 독도문제로 우회해 한국을 압박하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일본은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자가당착을 보였다. 독도문제에 올인하기 위해 정작 일본이 실효지배중인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ㆍ釣魚島)에 상륙한 홍콩 활동가들을 입건조차 하지 않고 이틀 만에 돌려보내는 너그러움을 베풀었다. 일본 정부는 "센카쿠에는 영토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센카쿠의 무인도를 사들여 국유화하려는 계획과 배치된다. 한 외교 전문가는 "일본이 상대국의 실효지배는 인정하지 않으면서, 스스로는 실효지배를 강화하는 이중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한달 여 앞으로 다가온 민주당 대표 선거와 연내 실시 가능성이 높은 중의원 총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한국을 공격한다는 지적도 있다.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와세다대 교수는 "정치의 계절이 끝나면 문제가 소멸될 것"이라면서 "위안부 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현재 일본의 압박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가 한국 국채 매입 중단을 거론했지만 현재 일본 정부가 보유한 한국 국채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정부는 오히려 외국의 한국 국채 매수세가 너무 강해 이를 줄이려고 하고 있다. 양국 정부가 5월 맺은 국채투자정보공유 약속을 일본이 파기하면 이는 동아시아 금융협력 구도에서 스스로를 제외시키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금융권의 관계자는 "일본 민간 금융사가 보유한 한국 국채 비중이 전체의 1%도 안되며 해외차입 의존도도 일본이 유럽이나 미국보다 낮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21일 오전 각료회의를 열고 독도 문제에 관한 전 정부 차원의 보복책을 협의한다고 후지무라 오사무 관방장관이 20일 밝혔다. 이 회의에는 노다 총리와 오카다 가쓰야 부총리, 겐바 고이치로 외무장관, 후지무라 관방장관이 참석한다. 후지무라 장관은 "첫 회의라 특단의 결정은 상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해 당장 구체적 보복책이 확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