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제빵·미용 등 350개 직종서 마이스터 되면 부·존경 한몸에
    [우리 시대의 고졸] <5·끝> 다른 나라는 어떤가
    ● 일본- 지역 기업에 필요한 기술 집중 교육하고 취업 보장
    ● 미국- 고교 대부분 취업반 개설… 학력 차별의 소지 없애

    귀테슬로우·예나·노흐라(독일)=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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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하노버 북부에 있는 인구 9만명의 작은 도시 귀테슬로우. 이 곳에는 '가전의 벤츠'라 불리며 지난해 28억3,000만유로(약 4조2,4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세계적 가전회사 밀레(Miele) 본사와 세탁기 공장이 있다. 이 공장의 현장 책임자 마이놀프 레베캠프(47)씨는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 그는 "국가의 직업교육과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기능인의 최고봉'인 마이스터(Meister)가 되고 기업 고위직에도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기술 인력 교육은 실습(현장)과 이론(직업학교)이 쌍둥이처럼 나란히 가는 '아우스빌둥'(Ausbildung) 으로 불린다. 해마다 150만명의 청소년이 아우스빌둥에 참가한다. 만 16세부터 3년 동안 생산 현장에서 레어링, 아쭈비라 불리는 실습생으로 일하며, 1주일에 한두 번 직업학교에서 이론 수업을 듣는다.

실습생은 제빵사, 미용사, 자동차 정비공, 치과기공사, 언어치료사, 사회복지사, 경찰, 은행원, 공무원 등 모든 업종과 관련된 훈련을 받는다. 독일에서 법조인이 되려면 대학에 가서 법학을 공부해야 하지만, 법조인의 전문 비서는 직업훈련 만으로 충분하다. 실습생들은 허드렛일부터 전문 지식까지 다양한 기술을 배우면서 다달이 332유로(약 50만원)~1,222유로(183만원)를 보수로 받는다.

아우스빌둥을 끝내고 졸업 시험을 통과하면 350개 가량의 직종에서 게젤레(Geselle)라는 전문가로 활동한다. 이렇게 3년 동안 현장에서 일하면 마이스터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마이스터가 되려면 독일상공회의소(IHK)등 관련 기관이 운영하는 마이스터슐레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뒤 자신의 전공은 물론 경제, 법률, 교육, 전문과정 등 4개 과목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마이스터가 되면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회사의 경영진, 직업학교 교사 등으로 일하기 때문에 창업에 필요한 지식은 물론, 제자들을 가르치기 위해 교육학도 배워야 한다. 그릿 비간트 에르푸르트 IHK 교육 감독은 "정육점, 빵집 등 사업체를 운영하는 마이스터 중에는 대학을 나온 전문직 종사자보다 수입이 좋은 이들도 많다"면서 "마이스터는 부(富)와 함께 기술 전문가로 존경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독일 중부 튀링겐 주 노흐라시 산업단지 내 금형회사 DMF 공장에서 53명의 기술자를 지휘하는 우르 티엘레(28)씨. 그는 직업학교를 거친 뒤 스물 넷의 나이로 기계설비 분야의 마이스터에 올랐다. 이 공장 기술자들은 대부분 그 지역 고교를 나온 20대이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기업보다는 오히려 집에 가까운 중소기업을 선호한다.

티엘레씨에게 기술을 배우면서 인근 직업학교에서 이론 수업도 받고 있는 마르쿠스 나우만(19)씨는 "큰 회사보다는 내실 있는 중소기업에서 기술력을 키우는 게 더 보람있다"며 "부모님도 직장이 집에서 멀지 않아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튀링겐주 개발공사의 헤르베르트 슈티츠 이사는 "기술강국 독일의 든든한 버팀목은 중소기업"이라며 "대학이 아니어도 체계적인 기술교육을 받은 젊은 세대가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기에 미래는 밝다"고 강조했다.

호주는 학교 부문, 직업교육훈련 부문, 고등교육 부문의 자격들을 연계시킨 호주자격체계(AQF)라는 제도를 통해 직업교육의 활성화를 꾀했다. 해당 부문의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곧바로 자격이 주어진다. 또 연방정부와 주정부 차원에서 직업훈련기관을 인증하는 호주훈련질관리제도(AQTF)를 도입해 직업교육의 질을 표준화했다.

미국과 일본은 50%에 훨씬 못 미치는 고교생들이 직업교육을 받는다는 점에서 한국과 고민이 같다. 하지만 직업교육을 대하는 태도는 한국과 사뭇 다르다.

일본의 직업교육훈련은 기업 중심으로 이뤄진다. 오사카(大阪)부가 운영하는 히가시오사카(東大阪) 고등직업기술전문학교는 민ㆍ관ㆍ학이 절묘하게 조합된 예. 이 지역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금속가공 기술을 집중 교육해 인근 중소기업이 바라는 인력을 공급하고, 해당 기업의 기술자는 이 학교에서 재교육을 받는다.

직업학교가 다양하고 세분화한 점도 눈에 띈다. 상고 공고 농고가 속한 단일직업학교와 일반교육과 직업교육이 통합된 산업고, 전문대학이 통합된 형태의 5년제 고등전문학교, 마이스터고 등이 그것이다.

미국은 4년제 대학 진학을 위한 일반교육반과 취업반이 함께 개설된 종합고등학교가 전국 고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두 교육의 경계를 허물어 학력 차별을 피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