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한류 디바·한국의 비요크, 봄을 홀리다
■ 나윤선 8집앨범 '렌토'
"움직이며 살아있는 음악 담으려 무대위 공연하듯 한달음에 녹음"
대통령 취임식 아리랑 불러 이목… 7집앨범 프랑스 재즈차트 1위

■ 정란 첫 앨범 '노마디즘'
10년여 재즈밴드 등 보컬 활약… 세이렌 연상시키는 몽환적 목소리
"사랑의 뜨거움·이별의 차가움… 그 어떤 온도도 느낄수 없었으면"


재즈에서 출발해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펼치고 있는 여성 싱어송라이터 나윤선(44)과 정란(31)이 새 앨범이라는 더할 나위 없는 봄 선물을 팬들에게 안긴다. 나윤선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공연에서 '아리랑 판타지'를 불러 이목을 끌었고, 정란은 넘치는 에너지와 서정적인 분위기로 고정팬을 몰고 다니면서도 정작 앨범이 없었던 터라 더욱 반갑다.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에 대해 유럽 매체들은 '기적' '독창적' '놀라운' 같은 수식어를 쏟아낸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그는 '재즈계의 싸이'다. 지난 앨범 '세임 걸'은 프랑스 재즈 차트 1위를 차지했고, 유럽 내에서만 10만장 이상이 팔렸다.

국내보다 유럽에서 더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나윤선의 정규 8집 '렌토'는 3년만의 신작이다. 12일 국내와 프랑스에서 동시 발매하는 이 앨범은 러시아 작곡가 스크리아빈에서 록 밴드 나인 인치 네일스, 컨트리 가수 조니 캐시 그리고 패티김과 '아리랑'을 '나윤선식'으로 풀어냈다. 재즈이기도 하고 '나윤선'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음악이기도 하다. 미니멀한 형식 속에서 악기들은 느리고 나지막하게 공명하고, 장르와 국경은 해체된 뒤 새롭게 연결된다.

준비부터 녹음까지 한 달 만에, 단 한 번의 녹음으로 완성한 그는 이번 앨범에 대해 "마치 무대 위에서 노래하듯 공연을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오랜 음악적 동지인 기타리스트 울프 바케니우스, 베이시스트 라스 다니엘손이 이번에도 함께 해 굳이 리허설이 필요 없었다. "재즈가 순간의 음악인 것처럼 그 순간에만 만들 수 있는 음악"을 포착했다. 그는 "미리 정해놓은 콘셉트 없이 살아 있는 음악, 움직이는 음악을 담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세임 걸' 이후 25개국에서 200여회의 공연을 한 나윤선은 다시 출국해 25일 프랑스 파리 샤틀레극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150여년간 내로라하는 클래식 음악의 거장들이 공연했던 곳으로 1995년 파리 유학 이후 줄곧 유럽에서 활동해온 그에겐 '꿈의 무대'다.

순정만화 주인공 같기도 하고 소녀시대의 윤아를 닮은 듯도 한 정란은 최근 첫 솔로 앨범 '노마디즘'을 내놨다. 신비로운 매력이 흐르는 앨범에 담긴 13곡을 들으면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뱃사람들을 홀려 죽게 했다는 그리스 신화의 '세이렌'이 떠오른다.

라틴 재즈 밴드 '로스 아미고스'와 탱고 밴드 '라 벤타나' 등의 보컬로 활동했던 그는 자신의 음악을 '재즈'로 규정하는 것을 "절대" 거부한다. 재즈, 탱고, 보사노바의 요소가 일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재즈는 숨을 쉴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앨범은 완벽히 정해진 형식이 있기 때문에 재즈라고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프렌치 팝 가수들인 제인 버킨과 밀렌느 파머, 아이슬란드 가수 비요크 등을 모아 놓은 듯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목소리를 지닌 그는 열아홉 살 때부터 무대 위에서 노래했다. 10년여 만에 첫 솔로 앨범을 낸 것에 대해선 "어설픈 상태에서 결과물을 내고 싶지 않아 앨범을 낼 만한 시기를 벼르고 벼르다가 지금 내게 됐다"고 말했다.

앨범 디자인부터 작사, 작곡을 대부분 직접 해냈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 중인 재즈 뮤지션 루벤 사마마가 그의 재능을 알아 보고 프로듀서로 제작에 참여했다. 정란은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 영화감독 루이 말, 브라질의 디바 마리사 몬치 등을 오가는 취향만큼이나 자신의 음악을 설명하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이 앨범에선 온도를 느낄 수 없었으면 좋겠어요. 사랑의 뜨거움이나 헤어진 후의 차가움 같은 온도를 말이에요. 너무 잔인한가요? (웃음)"

두 앨범 모두 '올해의 앨범' 후보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