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타임 출연은 내인생 최고의 반전"
■ '최인혁'役 스타덤 이성민
"의학용어 입에 안붙었지만 실제 모델 이국종교수 늘 염두
연극무대는 내 마음의 고향 기술보단 마음으로 연기
사고로 병원 응급실을 가본 사람이라면 다들 공감할 게다. 왜 이리 오래 기다려야 하는지, 의사의 설명은 왜 그리 짧은지, 처치는 또 어찌나 더딘지. 체증 없는 고속도로처럼 시원하게 수술까지 해줄 수 있는 '슈퍼 히어로'에 대한 기대가 간절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25일 종영한 MBC 드라마 '골든 타임'에서 오로지 환자밖에 모르는 외상외과 최인혁 교수를 연기해 시청자들의 속을 풀어준 배우 이성민(44)을 최근 서울 통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성민은 '골든타임'에 출연하게 된 것을 "배우 인생 최대의 반전"이라고 표현했다. 아내의 말이라면 꼼짝 못하는 치킨집 사장(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ㆍ2011), 레스토랑 주인 행세를 하다 월급쟁이 사장인 것이 들통나 맥을 못 추는 설준석('파스타'ㆍ2010), 조폭(영화 '맹부삼천지교'ㆍ2004) 등 다소 가벼운 역할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는 진지한 인물을 맡았기 때문이다. "환자가 생길 때마다 헬기가 뜨면 천문학적인 액수를 누가 감당할 것이냐"는 공무원에게 그는"탁상공론 그만 하자. 사람 목숨값이 좀 비싸다"고 일침을 놓는 의사였다.

드라마 초반 부진을 털고 동 시간대 1위에 오르는데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지만 부담이 상당히 컸다. '셉틱 쓰롬부스'(septic thrombusㆍ감염된 혈전)처럼 발음하기도 어려운 의학용어를 쏟아내면서 선혈이 낭자하는 수술 장면을 찍는 것도 그렇지만 모델인 이국종 교수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촬영 시작하고 나서야 석해균 선장을 치료한 이 교수가 모델인 줄 알았죠. 그 분 자료를 보면서 '환자 생명에 대한 애착이 보통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중증외상센터의 중요성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바람도 있었고요."

2011년 한 해는 그의 연기생활에 큰 위기였다. 영화 '하울링'을 찍을 때 배우 송강호를 만나면서 시작한 자괴감 때문이었다. "내 연기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했죠. 집 옥상에 올라가 한숨만 쉬다가 내려오곤 했어요. 그러면서 기술보다는 가슴으로 연기하기 위해,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어요."

연기 욕심이 커지면서 20여년 해온 연극에 대한 애착은 더 깊어졌다. '골든 타임'이 끝나자마자 달려간 곳도 '마음의 고향'인 연극무대다. 그는 극단 차이무의 대표작 '거기'에 바람둥이 졸부로 출연한다. '골든 타임'에서 호흡을 맞춘 송선미, 정석용과 함께 하기로 했다. "연극은 제게 밥하고 김치 같은 존재죠. 드라마, 영화는 빵에 버터 발라 먹는 거 같고요. 연극은 때 되면 당기는, 그런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