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문학 오늘을 말한다] <상> '완득이' 대성공 4년 후
높은 완성도·현실적 캐릭터 '출판계 블루칩'으로
청소년문학 성장세
성인층까지 독자군으로 기성작가도 집필 가세

"반짝유행 그칠 것" 우려도
폭력·자살 등 소재 제한적, 학부모·교사가 주구매층

아동문학은 이미 정점
'마당을…' 등 수작 이후 학습 연계도서 대체 추세

초판 2,000~3,000부를 다 팔기도 힘들다는 국내 순문학 시장에서 아동ㆍ청소년문학은 블루칩으로 꼽힌다. 2007년 아동청소년도서 시장 규모(1조468억원)가 전년대비 2.5배 늘어나는 급성장세를 보인 데 아동ㆍ청소년문학이 견인차 역할을 했고, 이듬해 청소년소설 <완득이>가 성인 독자까지 끌어들이며 20만부를 돌파하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외연도 넓혔다. 그러나 외형에 비해 소재나 작가군이 한정돼 있어 한때의 유행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국내외 아동ㆍ청소년문학 시장의 현황과 개선점 등을 세 차례에 나눠 짚어본다.

아동은 학습 연계, 청소년은 현실 반영

국내 출판 관계자들은 "아동문학은 관망세, 청소년문학은 성장세"라고 진단한다. 1990년대 말부터 활기를 띠기 시작한 아동문학은 2000년대 초 <마당을 나온 암탉> <괭이부리말 아이들> 같은 수작들이 나오며 급성장하다 2005년부터 'WHY' 등 학습과 연계한 기획도서ㆍ만화가 주목 받으며 거품이 빠지고 있다. 문지현 문학과지성사 아동출판팀장은 "아동문학 출판이 정체기에 들어서면서 과학, 수학 등 특정 과목과 연계한 동화나 논픽션 등 학습도서 시장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김태희 사계절 아동문학팀장 역시 "최근 5년간 아동문학 분야에서는 역사동화, 책과 친해지는 법 같은 학습 연계 창작물이 주목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청소년문학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성장하기 시작했다. 앞서 아동문학의 활황을 이끈 실 구매층인 386세대 부모의 자녀들이 중고교생이 되면서 이들이 읽을 만한 창작물로 시장이 이동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2002년 출판사 사계절과 푸른책들이 각각 신설한 '사계절문학상' '푸른문학상'을 시작으로 비룡소(2007), 창비(2008), 문학동네(2009), 자음과모음(2011) 등 문학 출판사들이 앞다퉈 청소년문학상을 제정하면서 작가군을 형성했다.

여기에 <완득이> <위저드 베이커리> 등 완성도 높은 작품이 등장하면서 청소년소설이 청소년과 성인 독자 '쌍끌이'가 가능한 새 시장으로 떠올랐다. 김은하 비룡소 편집장은 "책이 나오자마자 반응이 없으면 바로 사장되는 성인 시장과 달리 아동청소년소설은 스테디셀러가 될 수 있는 주요 발판이 마련됐기 때문에 성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는 경향은 문학계 기성 작가들이 아동, 청소년소설을 집필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2009년 공선옥의 <나는 죽지 않겠다>를 비롯해 소설가 김사과, 전아리, 한창훈, 이경자, 시인 허수경, 김이듬 등이 청소년소설을 썼다. 소설가 김연수도 청소년문학잡지 <풋>에 중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장편 '원더보이'를 연재한 후 지난달 단행본으로 냈다. 최근에는 소설가 심윤경이 저학년 동화를 출간하기도 했다. 문학과지성사는 2008년부터 김숨, 손홍규, 김종광 등 기성 작가들의 경장편 성장소설을 청소년문학 시리즈 '문지푸른문학'으로 내고 있다.

자살 임신 낙태…청소년소설 주인공은 문제아?

아동ㆍ청소년문학의 성장을 이끈 386세대 부모는 작품의 질적 변화까지 불러왔다. 고등교육을 받았고 80년대 청년기를 시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안고 보냈던 부모 세대의 관심이 창작물에도 투영되면서 낭만적이거나 교훈적인 이야기에 머물던 것이 현실감 있는 캐릭터와 내용으로 바뀌었다. 아동문학은 전통적으로 청소년ㆍ일반소설과 구분되는 동화의 형식이었지만 청소년소설이 주목 받으며 아동문학에도 '소설'의 문법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청소년소설은 갈수록 캐릭터가 세지고 있다. 현실을 꿋꿋하게 헤쳐 나가는 다문화 가정 소년이 주인공인 <완득이>, 의붓 여동생을 성폭행했다는 누명을 쓰고 가출한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위저드베이커리>가 대표적이다. 배경이나 갈등 양상이 구체화된 것도 특징이다. 김종광의 청소년소설집 <착한대화>는 실업계 고등학교, 흡연, 혼전임신, 낙태, 촛불집회 참가까지 최근의 사회적 이슈들을 아우른다. 한편에선 이런 흐름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소설가 박상률씨는 "청소년소설이 요즘 청소년들의 삶을 반영한다는 미명 아래 임신, 낙태, 성추행, 폭력, 성매매, 자살 등 소재주의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Why' 등 학습과 연계한 논픽션 시리즈물이 인기를 누리면서 아동, 청소년문학 작품에서 역사, 수학, 인문학 등 학습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 다수 발표된 것도 최근의 트렌드다. 실천문학사의 청소년소설 시리즈 '담쟁이문고'는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았다. 제주 4ㆍ3 사건을 그린 현기영의 <지상의 숟가락 하나>를 청소년소설로 개작한 <똥깅이>(2009),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을 모티브로 가족 이야기를 쓴 김연의 <나의 얼토당토않은 엄마>(2009)는 각각 3만부가 팔렸다. 손택수 실천문학 대표는 "청소년소설 후발주자로 학습연계 작품을 기획해 작가들에게 역사적 배경을 넣어서 청소년소설을 써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청소년소설 읽는 청소년이 없다?

그러나 아동ㆍ청소년문학의 성장세가 실제 이들 세대 독서문화의 변화와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도 있다. 아동ㆍ청소년문학의 실질 구매층이 누구냐는 질문에 대다수 출판 편집자들은 "학부모와 교사, 학교도서관 사서"를 꼽았다. 청소년들의 독서문화가 자연스럽게 정착한 유럽이나 청소년소설이 하나의 장르문학으로 자리잡은 영미, 일본과 비교할 때 국내 아동, 청소년소설 붐이 일시적 유행처럼 지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지은 비룡소 읽기책팀 부장은 "예전 어린이도서연구회나 각종 독서논술 단체의 권장도서 리스트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지금은 학교의 권장도서 목록, 교과서 수록 등이 (판매를)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아동문학가 노경실씨는 "청소년문학은 학교 추천을 받아야 판매가 수월하다는 이유로 소재가 일상의 테두리 안에서 맴도는 등 제한적이다"며 "판타지 등 장르소설은 전문작가 부재와 함께 판매 부진으로 아직 불모지 상태"라고 꼬집었다.

2005~2010년 청소년문학사이트 <글틴>을 운영했던 양연식 도서관협회 문학나눔사업추진반 주임은"청소년문학이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하이틴 로맨스 등 청소년들이 '읽고 싶은' 소설과 세계명작 같은 '읽어야 될' 작품 사이 괴리감을 줄여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청소년 스스로 '우리세대 책'이란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작가를 발굴하고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